No older revisions available
No older revisions available
1. 개요 ¶
기획의 변
큰 공연은 이제 세번째입니다. 헉 벌써 일년반
사실 이번 공연은 배우를 하고 이제 다른 일도 슬슬 해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지만, 어쩌다보니 기획이란 자리에 앉아버렸습니다. 참 다행스럽게도(?) 할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몰랐던 소공연이 잘 진행되어서 배우도 하게 되고 기획도 해서, 누구말에 따르면 돌 하나에 새 두마리 잡게 되었군요. 물론 소공연이 워크샵 연습 둘째주까지 겹친데다가 배우들까지 스탭으로 빼돌린 죄는 기획으로서 용서받을 수 있는게 아닌 듯합니다 ㅠㅠ
기획이란 자리에 있는 동안 느꼈던 아쉬움이라면, 할 수 있는 일보다는 해야 할 일을 한 것 같다는 겁니다.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내는 것도 제 일이였을텐데, 생각보다 많이 찾아내지 못한 것 같아요. 미안합니다 연우님들
기획과 사람 사이에서 갈등하는 것은 썩 유쾌하지 않은 경험이더군요. 아마 앞으로 이런 일이 더 많겠죠. 시작은 기획, 끝은 사람이란 마음으로 해왔지만 혹시 그 속에서 상처받은 분들이 있다면 역시나 미안합니다. 이것 참 죄송하다 말씀드려야 할 분들이 많네요.
고맙다고 말씀드려야 할 분들도 참 많지만 그건 직접 말씀드리는 게 더 나을 것 같습니다. 사실 칸도 부족하고;;
이제 공연이다! 모두 힘내요!
연출의 변
-나에 대한 이야기
지나간 공연을 떠올리지 못하는 나는 왜 팜플렛 한 켠에 마련된 이 공간을 채우고 있는 것일까...
머리가 아프다. 내 이야기를 쓰려는 것만으로도 골치가 아파온다. 언제쯤 나는 내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사람을 대하는 일은 언제나 조심스럽다. 조심 또 조심하지만 조심하는 것조차 상처가 된다. 어렵다... 워크샵 공연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봤다. 답이 없다. 공연이 그냥 공연이지 뭐... 기파백. 우리의 이야기를 하고자 했지만 내 이야기도 못하는 아해가 어떻게 우리의 이야기를 할까... 잃어버린 약속들. 기억하지 않는다. 혹은 지키지 않는다. 중독. 방전되면 또 어디선가 헤매게 되겠지
-공연에 대한 이야기
여러모로 힘든 작품이다. 작품 자체가 가지는 한계를 풀어보려 애써 손을 댔지만 어색한 덧칠이 되었다. 못난아 그래도 끝까지 잘해보자. 그름을 생각하자. 배우들이 자연스레 타고 놀 수 있는. 관객들도 함께 즐길 수 있는...
변해버렸다고 생각한 공연. 어쩌면 나는 너무 일찍 포기해 버린 것이 아닐까. 역시 사람을 대하는 건 힘들다.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 그래도 계속 비가 내리면 어쩌나 하는 걱정. 쓸데 없는 걱정이 늘었다. 나의 처음이 기억났으면 좋겠다. 그걸 전해 주지 못하더라도 그 때와 같은 기분이 전해 졌으면... 연출은 어쩔 수 없이 독재자가 된다
-사람에 대한 이야기
부모님 항상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은데... 항상 마음 써 주시는 여러 연우들께 감사를... (맨 뒷장의 코멘트, 밤샘 분석, 맨투맨 연기지도 등등) 고마워요 내 사랑. 그리고 두 달여를 함께 해온 공연 팀에게 행운을!!
2.1. 작가 소개 ¶
저자 이어령 선생은 문학박사이자 문학평론가이다. 1934년 충남 온양에서 태어났으며,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및 대학원에서 국문학을 전공했다. 1966년부터 1989년까지 이화여자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했으며, 1986년부터 1989년까지 같은 대학교의 기호학 연구소 소장을 역임했다. 조선일보, 한국일보, 중앙일보, 경향신문 등 주요 일간지의 논설위원으로서 숱한 명칼럼을 집필했고, 1972년부터 1985년까지 <문학사상>의 주간으로도 활약했다. 1980년 객원연구원으로 초빙되어 일본 동경대학에서 연구했으며, 1989년에는 일본 국제일본문화연구소의 객원교수를 지내기도 했다. 또한 1990년부터 1991년까지 한국의 초대 문화부 장관을 역임했다.
이어령 선생은 우리나라 근․현대 문학의 희곡작품을 거론할 때, 오랫동안 빠지지 않을 분이다. 그런데 문학비평에서 문명론에 이르기까지 워낙 다양한 방면에서 지가(紙價)를 높여온 터라, 이어령 선생이 희곡을 썼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 그 이유는 먼저 그들의 극작 활동에 지속해서 의미를 부여할 평론의 자리가 없다는 것이고, 최종적으로는 우리나라 문학 독자들의 상상력 속에는 평론가나 소설가․시인들이 희곡을 쓸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아예 소거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어령 희극의 특징은 사실주의적인 전제를 거부하며 극적인 플롯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대신 극의 전면에 나서는 것은 도저히 현실 같지 않은 관념적인 상황 제시와 언어 유희다. 이 점은 당대의 한국 극계를 지배하고 있던 차범석류의 잘 짜여진 플롯과 사실주의적인 극 전통과도 틀리고, 우리나라 전통연희나 역사로부터 극의 형식과 소재를 찾아 실험하곤 했던 젊은 오태석과도 매우 다르다.
2.2. 작품 줄거리 ¶
백화점에서 아주 환상적인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지성은 지식을 팔고, 김시희는 시간을 팔고, 허몽녀는 꿈을 판다.
생활에 찌는 샐러리맨은 야망을 확인하며 꿈을 사가고, 시간에 쫒기는 사람들은 시간을 사가고, 사랑의 낭만을 알지 못하는 대학생은 사랑의 꿈을 사가며, 고루한 강의로 학생들로부터 인기를 잃은 교수는 다른 지식을 사가려고 하지만 가격으로 실랑이만 벌인다.
시간을 사겠다는 사람이 너무 많아 경매에 올리지만 시간은 금새 동이 나고 만다. 한 소년이 허몽녀의 어린 시절의 꿈을 훔쳐 달아나 경찰은 소년을 쫒는다. 야망의 꿈을 사간 사람은 꿈이 터졌다고 항의를 하고, 유년시절의 꿈을 훔쳐간 소년은 자신의 꿈을 되찾았다고 기뻐하지만, 자신이 판 꿈이 모두 터져버리자 허몽녀는 미쳐버린다.
지식을 사 간 사람들은 어제와 같은 오늘에 분노하고, 허몽녀의 빈자리를 바라보는 지성에서 김시희는 사과 하나를 건네는데, 사과를 받아든 지성은 자연과 꿈의 냄새를 맡는다.
지성은 김시희에게 사랑을 고백하지만, 자신의 시간을 이미 모두 팔아버린 김시희는 죽음을 맞는다. 지성은 "꿈은 미쳐버렸고, 시간은 자살했다"고 울부짖는다. 지성은 자신이 팔아온 어떤한 지식도 허몽녀와 김시희를 살릴 수 없다는 걸 깨닫고 괴로워하며 외롭게 고통의 목격자로 남는다.
2.3. 작품의 의의 ¶
반복되는 일상이 모여서 우리의 인생을 만들어가지만, 우리는 항상 한 순간에 삶을 변화시킬 무언가를 꿈꾼다. 부족한 시간을 돈으로 살 수 있다면? 세상의 모든 지식을 가질 수 있다면? 무기력한 삶을 바꿔줄 꿈을 살 수 있다면?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을 살 수 있는 기적. 연극<기적을 파는 백화점>은 그러한 기적이 우리 앞에 일어났을 때 "과연 우리는 행복해질 수 있을까?"라는 물음을 던지며, 있는 그대로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는 스스로를 돌아보게 한다.
실제로 우리들은 시간․꿈․지식을 소유할 수 있는 여러 기술을 돈 주고 배우고 있는데, 예를들자면 시테크․진로상담․학원들이 거기에 해당한다. 이런 의미에서 ‘기적’을 파는 백화점은 그럴듯하지 않다고 여길 수 없다. ‘기적’을 파는 백화점은 그야말로 우리가 길거리에 나가면 힘들이지 않고 대할 수 있는 24시간 편의점 같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어느 순간 현실의 은유를 벗으며, 낯선 것으로 표변한다. 아무도 시간․꿈․지식을 원하지 않거나, 그것들을 바로 사용하기 위해 사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간절해서 그 상품들을 샀던 사람들은 모두 불행해 진다는 것.
관념적인 상황 제시를 통해 현실의 모순이나 인간의 비극적 존재 양태를 보여주는 것은, 원래 부조리극 작가들의 특기였다. 이오네스코나 베케트의 극은 모두 그렇게 시작된다. 그런 점에서 <기적을 파는 백화점>은 부조리극의 영향을 상당히 받은 작품이라고 보아도 좋다.
어쨌든 결국 이런 기적들은 사실 인간의 멈출 줄 모르는 욕망에서 비롯된 것이고, 그 욕망의 결과에는 허망함만이 남게 되는것.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갈구하는 꿈과 성공, 그리고 욕망. 결국은 뻔한 것으로 귀결되는 것들인 것이다. 무엇을 추구해야하고 무엇이 정답일까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볼만 하다.
3. 총연극회 상연 트리비아 ¶
- 최근 총연극회 공연에서는 거의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연출이 공청회에 작품을 제출하지 않은 채 제대로 민주적인 방식으로 작품이 선정된 공연이었다. 어떤 소년역의 배우가 그를 상징하는 작품을 들고 왔음으로[2] 그 작품이 유력한 후보로 점쳐졌지만, 결국 최은선이 올린 이 작품으로 최종 결정되었다.
- 배우의 수가 많아 몇 명의 손님이 원작으로부터 추가되었고, 나폴레옹과 시종의 광고 씬이라던지, 막간을 뉴스 컨셉으로 하여 앵커와 기자역도 추가되었다.
- 중간리허설의 퀄리티가 매우 낮았던 공연으로 평가되며, 또한 중간리허설과 본 공연의 퀄리티 차이가 매우 심했던 공연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중간리허설의 극 길이는 2시간 20분에 가까웠으며, 극이 이렇게까지 늘어질 수 있다는 것의 정점을 보여줬다. 이후 극약처방이 이루어졌는데, 거의 작품의 절반이 새로 씌여진 수준. 귀부인이 등장하는 장면을 살리기 위해 귀부인2 역이 추가되었으며, 많은 장면이나 대사가 삭제되었다.
- 총연극회 공인 연습시간인 1시부터 6시를 깨고 오전 10시부터 4시까지 연습이 진행되었는데, 결과적으로 대참패.
역시 사람은 안하던 짓을 하면 안된다.오전 10시에 연습장을 가면 누워서 울고있는 무감님과 두어 명의 배우 뿐이었다는... 무감 시간이 제대로 이루어졌을 리 만무하다.
- 2회 공연 때 어떤 기자역의 배우가 무대 뒤에서 졸다가 자신의 차례 때 한참을 나오지 않더니, 십여 초가 지나서는 등장했는데, 마이크 대신 청소할 때 쓰는 총체를 들고 나왔다는... (마이크를 못 찾아서 그랬다고.) 덕분에 연출님의 깊은 탄성과 한 선배가 분개하는 모습을 보아야 했다.
- 매우 큰 무대와 아름다운 색조명 효과로 손꼽히는 공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