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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
-기획의 변
제작기획 김한별 : 이번 총연극회 62회 정기공연 <부엌>을 기획하면서, 가장 먼저 생각했던 건 어떻게 하면 함께 하는 공연팀이 좋은 공연 하나를 만들기 위해 다 같이 열과 성으로 노력하면서 그 준비 과정을 즐길 수 있을까였습니다. 직접 공연준비를 진행하니 정말 미친 생각이었습니다. 정신병자 같은 욕심이었습니다. 제 하나 열심히 하기도 쉽지 않은데 남들 즐겁게 한다는 건 더더군다나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37명 정기공연팀원이 각자의 역할을 맡고 굴러가는 공연 준비과정에서 이렇게 저렇게 서로에 대해 아쉬운 점도, 공연 전체 준비에 대해 아쉬운 점도 많았을 것 같습니다. 많이 부족한 제가 제작기획으로서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쉽습니다. 스폰 따겠다는 말 못 지킨 것부터 고사 연락이 아쉬웠던 점까지, 공연팀원들과 더 나아가서는 총연극회 연우 여러분들께 죄송한 마음입니다. 그래도 이번 공연에서 뭔가 부족하다 느껴서, 또는 이번 공연 준비가 너무 즐거워서든, 어떤 이유로든 앞으로도 계속 총연극회에서 공연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열정을 가질 수 있었다면 좋겠습니다. T.S와 캐스팅부터 시작해서 중간리허설, 고사에 이르기까지 중요행사들과 준비과정에서 아쉬웠던 점들, 다음 정기공연에서 꼭 고쳐 더 좋은 정기공연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총연극회 정기공연을 참여하는 사람들의 열정에 아쉽지 않은 좋은 공연으로 만드는데 앞으로도 노력하겠습니다.
계속되는 미친놈.
홍보기획 이진원 : 인간이 힘 줘서 만들 수 있는 건 똥 뿐이지.
배우지원기획 최한종 : 모두들 행복합시다.
스탭지원기획 조성흠 : 제 연극의 시작은 용기입니다. 제 삶의 시작 또한 용기입니다. '부엌'은 많은 사람들의 용기가 만든 결과입니다. 제게 용기를 주세요.
배우지원기획 하은빈 : 기획은기획기획빙구는빙구빙구
-연출의 변
연출 박혜연
어디서부터 말을 꺼내야 할까요. 방구석 폐인으로 지냈던 적이 있었습죠. 오랜 슬럼프에 빠져 생활 리듬은 완전히 상실한 채, 주변 사람들과도 소식을 끊고 그저 하루하루를 무료하고 답답하게만 보내던 시간들. 나 하나쯤 없어도 이 세상은 잘 돌아갈 것이고, 무언가 생산적인 일, 의미 있는 일을 찾지 못해 마침내는 자신을 쓰레기라고 비관하며 우울의 늪 속에서 허우적거리던 그런 시절 말이에요. 물론 나도 자랑스럽진 않습니다. 20대 중반이나 돼서 그 흔한 중2병, 아니 대2병이나 걸렸으니 쪽팔리는 일인 줄은 충분히 알고 있다구요. 나 말고는 다들 행복하고 즐거워 보이는 페이스북 뉴스피드 보는 것도 짜증나서 핸드폰 저 멀리 던져버리고 더 깊이 웅크려 드는 그런 모자란 사람이었어요, 내가.
난 원래 이렇게 우울한 사람이 아니었어요. 힘든 일을 겪을 수록 더 강해진다고 믿던 초긍정 자신감 뽜이어의 뜨거운 도시 여자였다구. 내가 나 자신을 혐오하는 지경에까지 이르자, 정말이지, 이건 정말 위험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살기 위해서라도 밖으로 나가야겠다는 각오가 서더군요. 그렇게 나와서 제일 먼저 했던 건 철판을 뒤집어쓰고 다시 연극판을 기웃거리는 거였어요. 나도 알죠, 알아요. 당장 졸업과 진로에 모든 신경을 다 써도 모자랄 판에 공연을 하다니, 미친 짓이죠. 휴학도 이러려고 한 게 아닌데.
하지만 사람이 그리웠어요. 연극은 일정한 역할이 주어져 있죠. 배우든, 스탭이든, 관객이든, 그 모든 사람들이 모여 하나의 거대한 프로젝트를 완성하는 그 느낌이 너무너무너무나 그리워서 다시 찾아올 수밖에 없었어요. 단 한 명의 배우, 스탭, 관객이 소중한 연극판에선 무언가 의미가 있어요. 내가 하는 일이 헛된 게 아니라는 믿음 말이에요.
우리 동아리에선 공연하는 걸 반대하시는 부모님과 갈등 중인 연우들이 아주 많아요. 취업, 진로, 스펙에는 전혀 도움 안 되고 시간과 돈과 에너지만 낭비하고 있다고 생각하시겠죠. 어쩌면 그럴 지도 몰라요. 하지만 사람이 무언가 일을 하는 가장 큰 동기는 사실 재미에 있지 않아요? 당장 주변에서만 해도 대충 점수 맞춰 들어오거나 무언가 다른 기대를 하고 전공을 선택했다가 후회하는 사람이 많아요. 그 중 어떤 이들은 전과에 성공하기도 하지만, 실패하는 사람도 있어요. 듣기 싫은 수업을 억지로 듣고, 읽기 싫은 책을 억지로 읽고, 공부하고 싶지 않은 분야를 억지로 공부하는 그런 무의미한 시간 속에서는 존재하는 것이 아무 것도 없어요. 정말 그렇다니까요. 아무 열정도, 감정도, 꿈도 없는 새카만 공간만이 있을 뿐.
여기 이 <부엌>도 그와 별반 다르지 않아요. 목구멍이 포도청인 이 현실 앞에서 사람들은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한답니다. 기본적인 위생은 커녕 음식조차 지독하게 맛이 없고, 오직 빨리 내놓아야 살아남는 이런 부엌에서 서비스 정신 따위 신경 쓸 겨를이 있겠어요. 그저 사고가 나지 않기만을 바라며 하루하루 버티고만 있는 거죠. 그 속에서 내 일을 방해하는 것이란 내 생계를 위협하는 것이고, 그건 누가 됐든, 무엇이 됐든 내 적이 될 뿐이에요.
난 그게 슬펐어요. 왜죠? 우리가 원하는 건 별로 거창한 게 아닌데. 평화와 행복은 아주 사소한 것으로부터도 찾아오잖아요. 난 내가 좋아하는 것을 선택하고 싶어요. 장미가 더 좋은데, 빵을 선택해야 하는 사회 속에선 빵이 나를 위해 존재하는 건지 내가 빵을 위해 존재하는 건지 의심이 들 수밖에 없어요. 나는 도대체 무엇을 위해 일으 하고 있는 건지. 그렇게 마음 속 장미는 감옥 속에서 점점 시들어가다 시커먼 블랙홀 속으로 사라지는 거죠. 이 거대한 기계 속에 자동적으로 돌아가는 부품 하나만 남겨 놓고.
어찌 보면 참 진부한 얘기를 길게 늘어놓아서 미안해요. 사람이 너무 많아 정신없는 것도 이해 부탁할게요. 여기 나오는 스무 명의 사람들은 모두 다 같은 사람이면서 다 다른 사람이기도 해요. 그러니 헷갈리는 것도 당연하죠. 다 기억 못한다고 해도 괜찮아요. 그래도 어느 순간에선 분명히 그 '기억 안 나는 한 사람'으로 인해 웃고 울었을 테죠. 왜냐면, 그도, 나도, 당신도 사람이니까요.
고마워요. 당신이 없었으면 이 공연은 완성되지 못했을 거에요. 부족한 연출이지만 그래도 연출이라고 믿고 따라와 준 우리 서른 다섯 명의 공연팀 식구들. 시작할 때부터 진심으로 응원해 준 우리 가족들. 여기에 안 써주면 삐뚤어질 확률 99.8374%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준 사랑하는 달. 그리고 먼 길 애써 귀한 시간 내서 우리 공연을 보러와 준 그대. 모두 고마워요. 사랑합니다. 나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에요.
4. 트리비아 ¶
DB의 군대가기 전 마지막 불꽃 덕분인지 2013 워크샵은 흥했고, 연극뽕을 거하게 맞은 워크샵 인원들이 대거 정기공연팀으로 유입되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2014 여름에도 그대로 일어나고 있다 총 인원 36명의 거대한 공연팀이었다. 배우가 20명(18명+단역 2명(1명 까메오, 1명은 배우와 스텝 병행))이나 되었고, 스텝팀도 거대했다. 공연의 특성상 식기가 굉장히 많이 나오고 특히 칼이 많이 나와서 배우들의 안전에 유의해야했다. 마지막에 접시를 던져서 깨는 장면도 있었는데, 접시의 파편이 튀어서 배우들이 다칠 염려도 있었다. [1]
두레문예관에서 진행된 중간리허설은 중간리허설 치고는 굉장한 퀄리티를 보여주었다.[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