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의 변
현실을 부정하고 행복을 추구하는 카를로스, 현실을 인정하고 빛을 추구해 절망하는 이그나시오. 당신이라면 어느 쪽이 옳다고 생각하는가? 본래 이 작품은 거짓으로 꾸며진 행복은 결국 진실 앞에 무너지게 된다는 주제를 담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연출을 하기에는 카를로스를 비롯한 학교 사람들이 고통받는 모습을 외면할 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진실을 추구한 결과가 잔인한 현실에 대한 절망이라면, 꾸며진 행복도 가치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즉, 이그나시오와 카를로스 모두 옹호 받을 수 있다고 여겼다. 꾸며진 행복을 향한 발버둥, 닿을 수 없는 별빛에 대한 갈망과 절망, 두 관점 모두 관객들에게 이해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한발 더 나아가, 만일 어느 쪽도 틀린 가치가 아니라면 극점에 선 두 사람이 조금이라도 서로를 향해 돌아 설 계기가 혹시 있지는 않을까? 이그나시오는 사랑을 통해, 카를로스는 학교에서 유일하게 앞이 보이는 도냐 페피타를 통해 그 계기를 느끼게 된다. 타협이 불가능해 보이는 두 가치가 서로를 향하게 되는 작은 기적을 보인다. 하지만 현실을 바꾸기엔 너무 늦어버려 발생한 비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