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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메시스

last modified: 2017-11-20 15:10:05 Contributo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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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는 나처럼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말해야 돼. 여느 배우들처럼 큰 소리로 그저 대사만 주워섬기는 거라면 거리의 장사꾼을 불러다 시키는 게 훨 낫지. 지나치게 과장하는 것은 연극의 본질을 벗어나는 일이니까. 연극의 목적은 예나 지금이나, 음...뭐라고 할까, 자연에다 거울을 비추는 거야. 선은 선, 악은 악, 있는 그대로를 비춰내며 시대의 모습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것이지.'

-셰익스피어, <햄릿> 중에서-



재현 (Representation)


예술(연극, 문학, 회화 등)이란 마치 거울이 대상을 비추어 주듯이 현실을 재현하는 것이라는 관점이 존재한다. 이러한 관점을 지닌 그리스인들은 예술의 재현-운동을 그들의 언어로 '미메시스'라고 불렀다. 이는 아리스토텔레스가 쓴 시학의 논증구조를 지탱하는 매우 중요한 개념으로 등장한다. 사실 미메시스라는 개념 자체는 아리스토텔레스가 아니라 플라톤이 처음으로 사용한 말이다. 그러나 플라톤에게 미메시스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모방하는 저급한 차원의 단계로 간주되었던 반면, 아리스토텔레스는 미메시스의 외연을 확장함으로써 마땅히 그래야 할 상태라고 간주되는 가치를 재현하는 것까지 가능하다고 보았다. 따라서 아리스토텔레스에게 미메시스란 플라톤이 생각한 것처럼 현실을 일대일로 대응하는 차원의 복제가 아니라, 작가 고유의 규범과 도덕률이 개입되어 현실을 예술적으로 재구성(Re-presentation)하는 것이 된다. 따라서 아리스토텔레스가 보기에 시인의 책무는 과거에 있었던 사실을 말해주는 역사가의 역할에 그쳐서는 안되며, 개별 사건들로부터 보편적인 진실을 추출하고 응축하여 그럴듯한 허구의 이야기로서 재구성 혹은 재현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이를 종합하여 아리스토텔레스는 시학에서 '따라서 시(정확히 말하면 희랍극)가 역사보다 더 철학적이고 고귀하다.'라고 결론내렸다.




러시아의 극작가 체홉에 얽힌 다음의 이야기는 아리스토텔레스식 미메시스 개념에 대한 이해를 도와줄 것이다.



어느날 체호프는 모스크바예술극장에 갈매기의 연습을 보러 왔다가 무대 뒤에서 들리는 개구리 우는 소리, 잠자리 날갯짓 소리, 개 짖는 소리에 깜짝 놀랐다. "이건 뭡니까?" 체호프가 묻자, "사실주의적 요소죠." 그들이 대답했다. 체호프는 극단 사람들을 상대로 잠시 짧은 예술 강의를 해 줄 필요성을 느꼈다. 체호프가 말했다. "이반 크람스코이 작품 중에 사람들의 얼굴이 멋지게 묘사된 그림이 있습니다. 그 얼굴 중에 하나에서 코 부분을 도려내고 그 자리에 살아있는 코를 갖다 붙이면 어떻게 될까요? 코는 진짜겠지만 그림은 엉망이 될 겁니다. 연극은 삶의 정수를 보여줍니다. 그러므로 무대에 불필요한 것을 가져올 필요가 없습니다."


물론 이후 아리스토텔레스의 재현 개념에 대한 수많은 반박이 이루어 졌기 때문에 아리스토텔레스의 빠가 아니라면 절대적으로 저 관점만을 추종할 필요는 없다. -- 223.62.204.200 2017-06-13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 리처드 도킨스가 유전자에 대응되는 자기복제자의 사례로서 만들어 낸 신조어인 '밈(Meme)'은 이 미메시스에서 따온 것이다.

meme(mi: m), n, Biol. (shortened from mimeme ... that which is imitated, after Gene n.). An element of a culture that may be considered to be passed on by non-generic means, esp. imit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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